인도 여행을 위한 준비


인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길어서 접습니다

by 지원 | 2008/08/01 06:07 | My World | 트랙백 | 덧글(0)

6월 초- 읽고 있는 책들



루이시토Luisito- 수산나 타마로Susanna Tamaro

시내를 걷다가 모 서점의 알바생에게 낚여서 도서카드를 하나 만들었는데, 계산대 직원이 뜬금없이 이 책을 꺼내서 주더군요. "수산나 타마로의 신작입니다. 가져가세요 호호" 라니, 2008년 초반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이라면서 이렇게 판촉물(...)로 쓰여도 되는 겁니까? 응? 이 작가가 쓴 동화책을 읽고 자란 저로서는 굉장히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일이었습니다. 쿠오레 디 치치아랑 마법의 원은 정말 제 유년기의 중요한 일부라고요. 

솔직히 외관상으로 본 이 책 자체는 여러 모로 조금 미묘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듯한 표지에 일차적으로 멍해졌고, 첫 페이지를 펴보는 순간 진짜로 당황했습니다. 폰트가 너무 커! 안 그래도 얇은 두께인데 글자마저 이렇게 크면 대체 내용이 얼마나 적은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에러잖아요.

하지만 몇 페이지 넘겨보면서부터 디자인에 대한 분노는 차츰 사그러듭니다. 수산나 타마로의 느낌이 첫 페이지부터 확 다가오거든요. 언젠가부터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타마로의 책을 읽을 때면 '이탈리아의 박완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노년의 삶에 대해 담담한 필치로 풀어나가는 면이 닮았어요. 

제대로 된 리뷰는 한번 더 읽고 나서 써야겠습니다. -.-;;; 
*스포일러면서 스포일러가 아닌 짧은 이야기 한토막: 이 책 제목인 Luisito는 앵무새의 이름입니다. ㅋㅋ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The Last time they met- 아니타 슈레브Anita Shreve

이 책에 대한 저의 감정은 도무지 객관적일 수가 없습니다. 2004년 7월의 마지막 날 히드로 공항에서 이 책을 구입한 이후로 여러 번 독파를 시도했으나......번번히 좌절했지요. 책이 재미있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이지 이걸 읽으려고 작심하고 몇 페이지 진도를 나가기 시작하면 꼭 다른 떡밥이 나타나는 현상이 몇 번 되풀이되다 보니 그냥 알아서 GG치고 구석에 처박아뒀을 뿐이지요. 20세기 마지막 베스트셀러를 써낸 미국의 여류작가 운운하는 건 한참 뒤에서야 알았습니다. 굉장히 바보같이 들리지만, 저는 단지 예쁜 표지에 낚여서 샀거든요. 히드로 공항의 서점에 이 작가의 책들이 주르륵 꽂혀있는데, 그 파노라마가 정말 끝내줬단 말입니다. 묘하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싸이월드 스타일의  톤 다운된 사진은 저의 마음을 자극하기 충분했지요-.-;

올 여름, 긴긴 방학을 기회삼아 제대로 한번 읽어보려고 책장 깊은 곳에서 꺼내들었습니다. 이번엔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

어쩌다 보니 집에 굴러들어온 거대한 책...... 완전판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기대가 큰 책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도입부밖에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 뒤로 꼭 읽을라치면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고전 마니아십니다. 설령 다 읽으셨다 한들 두번 세번 읽으실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과연 이번 달 안에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한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마이클 쾰마이어Michael Köhlmeier 지음, 김희상 옮김

청소년들에게 책 한번 읽혀보겠다고 발악을 하는구나 싶어서 호기심으로 주문한 책인데, 이게 의외로 재기발랄합니다. 몇몇 부분에서는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볍게 재미삼아 읽기엔 정말 좋습니다. 술술 잘 읽혀서 독서시간도 짧은 편이고요. 진짜로 책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들도 잘 읽을 것 같네요. 

한 권의 책에 무려 열한 개의 작품을 쑤셔넣었습니다. 서른페이지 내지는 마흔 페이지로 한 작품을 풀어버리는 만큼 글 자체에 속도감이 있는 편입니다. 멕베스-오셀로-겨울 이야기-한여름 밤의 꿈-아테네의 티몬-리어 왕-뜻대로 하세요-로미오와 줄리엣-줄리어스 시저-끝이 좋으면 다 좋아-햄릿 순입니다. 잘도 추려냈다 싶을 정도로 "소설화가 가능한" 작품들이죠?ㅋㅋ

by 지원 | 2008/06/05 06:10 | Books | 트랙백 | 덧글(0)

Ossi di Seppia: 황폐한 현대인의 삶, 그리고 어딘가에 존재하는 구원의 희망

명색이 Books 카테고리인데 대뜸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문학, 그것도 현대시부터 출발하는 이 몹쓸 배짱....


+ 에우제니오 몬탈레와 에르메티즈모

이탈리아의 시인 에우제니오 몬탈레Eugenio Montale는 그가 받은 노벨 문학상 덕에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주세페 웅가레띠Giuseppe Ungaretti와 함께 20세기 이탈리아 시단을 휩쓴 에르메티즈모Ermetismo로 현대 이탈리아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지요. 한국에서는 Ermetismo를 "순수시" 혹은 "난해시"라고 번역하는 모양이더군요. 순수시라는 표현은 원어인 poésie pure를 직역한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왜 하필 poesia pura라는 직역을 쓰지 않고 Ermetismo란 단어를 쓰느냐, 라는 의문이 많지만 정확한 것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그 이름을 헤르메스Hermes에서 따왔다는 설입니다. 대중을 거부하고 소수의 이해만을 얻는 시라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하는데요. 고전적인 그리스-로마 식의 형식에 맞춘 시가 대세를 이루던 이탈리아 문단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어느 날 나타나서 요상한 리듬의 글을 시랍시고 들이대는 게 대중에게 그리 달갑게 보여지지는 않았겠지요. 이 Ermetismo에 포함되는 시들은 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고 절망에 대한 감정을 간결한 단어와 암시로 분출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제가 아는 시 중 가장 짧은 웅가레띠의 아침Mattina은 달랑 두 줄입니다.
거의 하이쿠와 맞먹는 수준의 길이입니다.

"M'illumino /d'immenso."
직역하자면 "나는 끝없이 빛난다" 이지만, 그 짧은 시 뒤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시Ermetismo와 상징주의Simbolismo는 큰 범위에서 보았을 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요.
이번에 포스팅하는 몬탈레의 "오징어 뼈Ossi di Seppia" 역시 많은 단어를 비유로 사용합니다.

+ 오징어 뼈

몬탈레가 1920년부터 1927년까지 쓴 시를 모은 작품집의 이름은 바로 "Ossi di Seppia", 직역하자면 "갑오징어의 뼈들" 되겠습니다. 찾아봤더니 국내에서는 "오징어 뼈"라고 통용되는군요. 연체동물인 오징어에 뼈가 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제가 그랬거든요-_-), 오징어에는 분명히 뼈, 혹은 뼈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십자매나 잉꼬를 키우시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하얀 석고조각 같이 생긴 길쭉한 물체가 바로 오징어 뼈입니다.

이 오징어 뼈, 새들에게는 부리도 갈고 좋은 영양소도 공급해 주면서 동시에 장난감도 되지만, 인간에게는 솔직히 아무런 소용이 없는 물건이예요. 먹을래야 먹을 수도 없기에 오징어를 손질하면서 열심히 발라내야 하는 귀찮은 존재죠. 근데 왜 갑자기 한치물회가 먹고 싶은 거지? 각설하고, 현대인이 살아가는 세상의 황폐하고 황량한 풍경을 묘사하는 몬탈레에게는 딱 좋은 비유 대상입니다. 바닷가에 수없이 널린 이 "오징어 뼈", 인간에게 전혀 필요없는 존재이기에 무자비하게 버려지고 일말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존재입니다. 몬탈레는 이 오징어 뼈를 인간이 겪는 고뇌와 절망의 비유로 사용했습니다. 존재 자체가 허무함이고 슬픔이고 괴로움인 현대 사회를 표현하는 단어이지요. 그런 만큼, 이 작품집은 인간이 살아감으로써 겪는 아픔 Male di vivere와 존재의 고통 Sofferenza esistenziale로 가득합니다. 

"오징어 뼈"는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각 장마다 암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OSSI DI SEPPIA
 -IN LIMINE 발단
 -MOVIMENTI 움직임
 -POESIE PER CAMILLO SBARBARO 까밀로 스바르바로를 위한 시
 -SARCOFAGHI 석관
 -ALTRI VERSI 다른 시들
 -OSSI DI SEPPIA 오징어 뼈
 -MEDITERRANEO 지중해
 -MERIGGI E OMBRE 휴식과 그림자
 -RIVIERE 해안선


평생 리구리아의 척박한 자연을 사랑해 온 몬탈레로서는 바다에 대한 애착이 강했습니다. 단원 중에서도 오징어 뼈, 지중해, 해안선 등 바다와 연관된 단어를 찾아볼 수 있죠. 그에게 있어 자연, 특히 바다는 인간의 영혼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주는 지표입니다.

에우제니오 몬탈레는 시에 제목을 잘 붙이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그의 시들을 지칭할 때는 관례대로 첫 줄을 통째로 따서 제목으로 쓰지요. 하지만 그 기준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를 인용하거나 할 때 조금 불편합니다. 첫 줄의 첫 문장만 제목으로 쓰는 사람과 아예 첫 줄 전체를 제목으로 쓰는 사람이 있거든요. -.- 예를 들어 "Felicità raggiunta, si cammina" 라고 시작되는 시는 단순하게 "Felicità raggiunta"라는 일부분을 제목으로 차용해서 쓰기도 합니다. 복잡하죠?ㅋㅋ

이 모음집의 첫 장인 IN LIMINE는 라틴어로 "입구에서" 라는 뜻입니다. 최초로, 처음에 등으로 번역되지요. 그런 만큼, 단 하나의 시가 시집 전체의 길을 인도해 주는 역할을 하지요. 역시나 제목은 붙어있지 않지만, 다른 시들과 다르게 이 "서시"는 첫 줄이 아닌 단원의 타이틀 자체가 제목이 되기도 합니다.


+구원의 가능성 그리고 희망

Ossi di Seppia에 속한 시들은 표현은 달라도 "구원에의 희망" 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을 지치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절망 속에서도 언제나 그 작은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 시인이 바로 몬탈레지요. varco, 즉 통행로 혹은 돌파구로 표현되는이 구원의 가능성은 몬탈레의 시에 인간적인 따뜻함을 부여해줍니다.

몬탈레는 자신의 시에 topos letterario, 즉 정형화된 문학적 표현을 많이 쓰기로 유명한데, "끝없이 이어진 벽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들" 이나 "허물어지는 벽에 가로막힌 작은 땅덩이" 등으로 대표되는 homo viator (여행자)와 hortus conclusus (폐쇄된 밭) 의 괴로운 이미지가 유독 돋보입니다. 자연 자체가 인간의 허망한 존재를 대변해 주는 듯한 표현들도 있지요. "지쳐 쓰러진 말"이나 "목졸린 개울"등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괴로움인 세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생에서도 몬탈레는 "노란 레몬의 향기" 나 "바람 한 줄기" 혹은 "사월의 입김" 등으로 삶의 길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존재의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실, 혹은 진리의 가능성이지요. 몬탈레는 이것을 "Miracolo기적"이라고 표현합니다. 되풀이되는 허무한 일상에 잠깐 비치는 희망의 표시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시인은 비록 전지전능하지는 않으나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뒤틀린 단어들" 이나마 제공해 줄 수 있는 존재라고 몬탈레는 "Non chiederci la parola우리에게 묻지 말아요"에서 역설합니다. 또한, 시인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기다리던 "기적" 이 행여나 아무 것도 아닌 무無라는 것을 알아채게 되더라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군중에 섞여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고뇌를 지닌 사람이기도 합니다.  


*시 자체의 표현과 번역은 제가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서 한 것입니다.
**한국어 번역본이 있나 검색해보니 민음사에서 나온 "오징어 뼈"(역자 한영곤)가 있군요.
***오타 혹은 기타 틀린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by 지원 | 2008/06/03 03:04 | 트랙백 | 덧글(0)

간략한 소개글


안녕하세요. 지원이라고 합니다.

여러가지에 관심이 많지만 그중 어느 하나도 전문적이지는 못한 잡학다식 3급 소유자이며

질풍노도의 시기의 끝에 발가락을 걸어놓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高액면가를 지녔습니다.

취미는 퐁당퐁당 독서하기.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번개" 에 대한 꿈과 환상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불쌍한 재외국민의 꿈은 [신촌에서 하는 책번개에 일순위로 참여의사 알려보기] 입니다.


쓰리사이즈는 조만간 바뀔거라 믿고 있습니다.

by 지원 | 2007/07/12 22:05 | My World | 트랙백(3)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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