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읽고 있는 책들



루이시토Luisito- 수산나 타마로Susanna Tamaro

시내를 걷다가 모 서점의 알바생에게 낚여서 도서카드를 하나 만들었는데, 계산대 직원이 뜬금없이 이 책을 꺼내서 주더군요. "수산나 타마로의 신작입니다. 가져가세요 호호" 라니, 2008년 초반에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이라면서 이렇게 판촉물(...)로 쓰여도 되는 겁니까? 응? 이 작가가 쓴 동화책을 읽고 자란 저로서는 굉장히 안타까우면서도 동시에 이게 웬 떡이냐 싶은 일이었습니다. 쿠오레 디 치치아랑 마법의 원은 정말 제 유년기의 중요한 일부라고요. 

솔직히 외관상으로 본 이 책 자체는 여러 모로 조금 미묘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내용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듯한 표지에 일차적으로 멍해졌고, 첫 페이지를 펴보는 순간 진짜로 당황했습니다. 폰트가 너무 커! 안 그래도 얇은 두께인데 글자마저 이렇게 크면 대체 내용이 얼마나 적은 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에러잖아요.

하지만 몇 페이지 넘겨보면서부터 디자인에 대한 분노는 차츰 사그러듭니다. 수산나 타마로의 느낌이 첫 페이지부터 확 다가오거든요. 언젠가부터 이런 느낌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타마로의 책을 읽을 때면 '이탈리아의 박완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노년의 삶에 대해 담담한 필치로 풀어나가는 면이 닮았어요. 

제대로 된 리뷰는 한번 더 읽고 나서 써야겠습니다. -.-;;; 
*스포일러면서 스포일러가 아닌 짧은 이야기 한토막: 이 책 제목인 Luisito는 앵무새의 이름입니다. ㅋㅋ
 

그들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The Last time they met- 아니타 슈레브Anita Shreve

이 책에 대한 저의 감정은 도무지 객관적일 수가 없습니다. 2004년 7월의 마지막 날 히드로 공항에서 이 책을 구입한 이후로 여러 번 독파를 시도했으나......번번히 좌절했지요. 책이 재미있거나 재미없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이지 이걸 읽으려고 작심하고 몇 페이지 진도를 나가기 시작하면 꼭 다른 떡밥이 나타나는 현상이 몇 번 되풀이되다 보니 그냥 알아서 GG치고 구석에 처박아뒀을 뿐이지요. 20세기 마지막 베스트셀러를 써낸 미국의 여류작가 운운하는 건 한참 뒤에서야 알았습니다. 굉장히 바보같이 들리지만, 저는 단지 예쁜 표지에 낚여서 샀거든요. 히드로 공항의 서점에 이 작가의 책들이 주르륵 꽂혀있는데, 그 파노라마가 정말 끝내줬단 말입니다. 묘하게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싸이월드 스타일의  톤 다운된 사진은 저의 마음을 자극하기 충분했지요-.-;

올 여름, 긴긴 방학을 기회삼아 제대로 한번 읽어보려고 책장 깊은 곳에서 꺼내들었습니다. 이번엔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

어쩌다 보니 집에 굴러들어온 거대한 책...... 완전판은 아직 읽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기대가 큰 책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도입부밖에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 뒤로 꼭 읽을라치면 아버지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버지는 고전 마니아십니다. 설령 다 읽으셨다 한들 두번 세번 읽으실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과연 이번 달 안에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한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마이클 쾰마이어Michael Köhlmeier 지음, 김희상 옮김

청소년들에게 책 한번 읽혀보겠다고 발악을 하는구나 싶어서 호기심으로 주문한 책인데, 이게 의외로 재기발랄합니다. 몇몇 부분에서는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볍게 재미삼아 읽기엔 정말 좋습니다. 술술 잘 읽혀서 독서시간도 짧은 편이고요. 진짜로 책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들도 잘 읽을 것 같네요. 

한 권의 책에 무려 열한 개의 작품을 쑤셔넣었습니다. 서른페이지 내지는 마흔 페이지로 한 작품을 풀어버리는 만큼 글 자체에 속도감이 있는 편입니다. 멕베스-오셀로-겨울 이야기-한여름 밤의 꿈-아테네의 티몬-리어 왕-뜻대로 하세요-로미오와 줄리엣-줄리어스 시저-끝이 좋으면 다 좋아-햄릿 순입니다. 잘도 추려냈다 싶을 정도로 "소설화가 가능한" 작품들이죠?ㅋㅋ

by 지원 | 2008/06/05 06:10 | Book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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